김우식-매일경제 [매경이 만난 사람] 2018-03-28T13:06:5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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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 전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134659

[매경이 만난 사람] 김우식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

국민안전에 이념 없어…인명 피해낸 사업체 문 닫게해야

이호승 기자  |  입력 : 2018.02.27 17:17:49   수정 : 2018.02.28 08: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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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3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우식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78·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은 이달 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사상자 192명을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게 불과 일주일 전. “소중한 인명 피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명색이 국민안전안심위원장인데 제가 총장으로 있던 대학병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잖습니까.” 세브란스병원 화재에서는 철저한 훈련과 빠른 대처 덕에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나중에 병원장께 여쭤봤더니 1년에 열 번씩 실전 같은 훈련을 반복한다고 합디다. 대개 모든 사고가 인재(人災)인데, 사고를 막고 피해를 줄이는 것도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았죠.”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낙연 총리가 직접 공들여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오전 연세대 신촌캠퍼스 창의공학연구원 집무실에서 취임한 지 약 3개월 된 그를 만났다. 

김 위원장은 연세대 총장,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과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등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친 원로다. 국민안전안심위원회 활동으로 인터뷰 주제를 잡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 문제에 대한 소견, 정치권에 대한 충고 등도 잊지 않았다. “김영철 방남에 대해서는 정부가 천안함 유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통을 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남북, 북·미 간 대화의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하셨습니다. 

▷국무총리가 안전·안심 문제 컨트롤 역할을 맡으면서 자문기구로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많이 고심하다가 결국 수락했어요. 

― ‘위원회’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옥상옥’이 되기도 하고 부처와 소통 부재로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등 문제가 작지 않은데요. 

▷그래서 전제를 달았습니다. ‘위원회만 만들고 알맹이 없는 옥상옥이 돼서는 안 된다’ ‘시간이 길지 않으니 효율적으로 일해 실질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 ‘총리도 회의할 때는 무조건 참석하고 끝까지 계시라’고. 회의할 때는 이 총리가 직접 참석해 일일이 메모하고 처음부터 공부하는 자세로 경청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임 다음날 포항 지진이 터지더니 제천 화재, 밀양 화재 등 대형 사고와 참사가 잇따랐습니다. 위원회가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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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원회는 어떤 방향으로 활동하나요. 

▷과학기술계·학계·법조계·언론계·경제계·시민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 18명이 활동합니다. 자문기구로 총리의 판단을 돕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게 역할입니다. 국민안전에는 진보와 보수도 없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두 가지 방향을 잡았습니다. 일단 국민의식 문제입니다. 교육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냥 교육으로는 안 됩니다. 몸에 배도록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필수입니다. 둘째는 준법입니다. 안전보다 이익과 당장의 편함을 우선시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 문제로 인명 피해가 나면 사업체가 문을 닫을 정도로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회의 때 몇 가지 아이디어로 나온 것 중 하나가 ‘안전 문제가 터지면 초등학생들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겁니다. 화재는 119, 범죄는 112로 돼 있지만 막상 사고 현장에서는 당황해 어디로 전화해야 할지 몰라 헷갈려 하고 허둥대는 경우가 많죠. 모든 안전·범죄 관련 신고 콜센터를 통합하든지 해서 컨트롤타워가 즉시 담당 기관이 조치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정보기술(IT) 수준으로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대형 사고가 되풀이됩니다.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예방입니다. 잘나갈 때일수록 되돌아보고, 안전할 때일수록 한 번 더 점검해야 합니다. 얼마 전 기사(‘저가항공사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한 매일경제 보도)를 보고 소름이 확 돋았어요. 정말 미리 경고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지요. 

―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금씩이나마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분위기입니다. 

▷아직 해빙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올림픽으로 완전히 경색돼 있던 남북, 북·미 관계를 조금 뚫을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된 건 사실입니다. 전 세계에 한국이 전쟁 위험에 빠진 국가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만도 큰 성과입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합니다. 방향성은 잘 잡았는데, 이제부터는 실행과 구체적인 방법이 중요합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언론도 자극적인 기사는 자제하고, 정치인들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으로 사회적 논란이 큽니다. 

▷정부도 고충이 많았겠지만 정부가 천안함 유족들을 위해 한마디는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분들이 갑작스러운 방남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겠습니까. 

― 정치인들에게도 하실 말씀이 많죠. 

▷우리 정치인들, 정말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많이 배워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당은 그다음입니다. 송복 교수의 ‘징비록’ 연구서를 보세요. 일본이 우리를 노리는데 당파싸움으로 대비를 못해 참혹한 전란을 겪은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적대적이고 이젠 중국과 일본도 한국을 못마땅해합니다. 심지어 동맹국 미국마저도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고 통상 압박을 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안에서는 정치인들이 싸우기만 합니다. 지금이 정말 위기인데 그걸 깨닫지 못해요. 집안이 망해도 가족들이 단결하면 살길이 나오듯 국제 정세가 어렵고 북핵 문제가 힘들수록 우리가 단결하고 서로 보듬고 가야지요. 기업 사례를 예로 들어볼까요. 군산공장 폐쇄를 놓고 시끄러웠던 GM과 달리 르노삼성은 높은 생산성으로 수출을 잘하고 있잖습니까. 기술력이나 다른 요인이 아닌 노사 간 화합과 상호 양보가 이 같은 차이를 가져온 겁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지인인 김주창 박사(중국 우한대 교수·주역 등 중국 철학 전문가)가 올해 한국 운괘를 보내왔는데 ‘화합하면 대리(大利)요, 못하면 대패(大敗)한다’고 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꼭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70세 생일에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며칠 고민하며 기도할 때 뭔가가 머리를 스치더군요. “죽을 때까지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깨닫고 이룬다. 나누고 떠난다.” 여생 동안 이 명제를 실천하는 게 소원입니다. 이번 정부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문 대통령과 주변 분들이 정말 역사에 길이 기록될 수 있도록 일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같은 피를 나눈 이들이 모두 함께 잘살았으면 합니다. 저도 겨자씨만큼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남은 생을 다하려 합니다. 

■ 참여정부 비서실장으로서 조언
靑참모들 개인 부각되면 곤란…수도승처럼 일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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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 당시에는 보수와 진보의 가교 역할을 하셨죠. 당시 함께 근무하던 인사들이 청와대에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지요. 

▷과학기술계나 보수 쪽 의견 중에서도 나라에 정말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은 간접적으로 건의하는 정도만 합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도 보수 진영 인사가 “정권을 떠나 나라를 위해 반드시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제게 몇 가지 의견을 주시길래 청와대 쪽에 전달은 했습니다. 

― 청와대 참모들에게 조언해주실 게 있나요.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어요. 대통령이 아닌 개인이 너무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청와대 있을 때는 ‘나부터 언론에 안 나간다. 수석들도 가급적 삼가라’고 했습니다. 또 참모 간 파벌과 앙금, 갈등은 용납하지 못한다고 엄명했습니다. 수도승들이 모여 있는 곳 같아야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일해야 한다고도 했죠. 

― 지난해 정권 초반에는 탈원전 이슈가 논란이 됐죠. 

▷작년 총리께서 과학계 원로들을 공관으로 초대했는데 그 자리에서 직언을 했습니다. “탈원전을 성급히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요. 우리 원전기술은 세계 톱클래스입니다. 해외 수주도 많이 해야 합니다. 에너지는 무기인데 왜 북한 앞에서 우리 무기를 무장해제합니까. 탈핵 과정은 조용히 진행해야지 선언을 하면 안 됩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 가능해질 때 그때 가서 차근차근 하나씩 처리해 가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공론화위원회 결정으로 재개됐습니다만 그 과정도 다소 비겁했다고 봅니다. 

― 탈원전을 포함해 대통령이 공약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순수하고 정직한 분입니다(김 위원장이 비서실장 재직 당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함께 근무했다). 100대 공약을 모두 지키려고 굉장히 애를 쓰실 겁니다. 하지만 공약 중에는 지킬 수 없는 게 많아요. 지킬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눠서 과감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 김우식 위원장은… 

△1940년 충남 공주 출생
△1961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65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석사
△1975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박사
△1993~1995년 연세대 공과대학장
△2000~2004년 연세대 총장
△2002~2004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2004~2006년 27대 대통령비서실장
△2006~2008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2009년~ (사)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2014년~ 한꿈학교 이사장
△2017년~ 국무총리 국정자문 국민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 

[이호승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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