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 인터뷰[감사를 습관으로…] 2020-01-09T14:02:5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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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사 전문 – http://m.kmib.co.kr/view.asp?arcid=0924105557

 

 

‘감사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묻자 답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한데 그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러더니 답까지 알려줬다. ‘행복’이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참행복나눔운동 사무실에서 만난 손욱(74) 공동대표가 감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창의력과 행복을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감사하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행복해지고 행복하면 창의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감사의 힘을 알게 된 건 1975년 입사한 삼성에서다. 그는 삼성전자·삼성전기 임원과 삼성전관(현 삼성SDI) 대표, 삼성인력개발원장 등을 지내며 30여년 간 삼성의 혁신과 성장에 기여했다.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방법은 80년대 초 창의적 경영 문화를 입히라는 당시 이건희 회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터득했다. 해법은 조선의 역사에 있었다.

그는 “83년 일본의 과학사 사전에 실린 과학기술 연표를 보면 세종 시대 조선이 세계 과학기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면서 “그 힘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서울대 교수였던 한국과학기술사의 저자 전상운 교수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전 교수가 내놓은 연구 결과에서 손 회장은 세종의 3가지 경영 키워드를 발견했다. 우선 칭찬이었다. 칭찬하고 상을 주니 백성들도 신바람이 났다.

손 대표는 대표로 취임한 삼성SDI에서 칭찬 문화 확산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2008년 농심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그곳에서 만난 창고 직원들을 통해 칭찬의 힘을 경험했다. 그는 “책임자인 과장이 어려운 근무 환경에서도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더라”면서 “청소부, 지게차 직원은 물론 화물차가 오가는 데도 항의하지 않는 주민까지 모두에게 감사하며 칭찬하니 직원들도 행복했던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세종은 집단 지성을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했다. 그냥 토론이 아니었다. 학자와 관료들에게 시제를 주고 관련된 서적을 읽은 뒤 토론을 했다. 말 그대로 독서 토론이었다.

마지막 키워드는 나눔이었다. 모든 사람이 같이 행복하려면 나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글과 해시계로 문자와 시간을 공유했고 농사 기술과 약재도 나눴다.

이렇게 세종에게 배운 3가지 키워드는 ‘125운동’의 틀이 됐다. 125란 一日一善 行(하루에 1가지 이상 착한 일 하기), 一月 二讀書(한 달에 2권 이상 좋은 책 읽기), 一日五感謝(하루에 5가지 이상 감사 나누기)를 하자는 것이다. 손 회장은 125운동의 시작이 감사라고 했다.

그는 “감사는 내가 하는 것이고 칭찬은 상대방에게 감사를 유발하는 행동”이라며 “또 좋은 책은 감사의 재료와 지혜를 입력하는 통로”라고 했다.

농심에서 나와 2010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행복나눔125 대표로 감사운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색색의 노트를 건넸다.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3개월만 계속하면 습관도 바꾼다”면서 “이 노트는 3개월짜리 감사노트”라고 했다.

 

감사를 습관화해야 한다는 건 경험에서 나왔다. 감사운동을 위해 찾은 직장과 군대에서 사람들은 쉽게 감사를 표현하지 못했다. 손 대표는 “종이를 주고 감사할 일들을 적으라고 했지만, 대부분은 잘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잘 쓰는 몇 명에게 감사의 내용을 낭독하라고 했다.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짧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더니 너나 할 것 없이 감사한 일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효과도 나왔다. 감사운동에 동참한 포스코, 삼성중공업 등은 기업 문화가 달라졌고 제품의 질까지 올라갔다. 부산의 한 군부대는 감사운동을 시작한 뒤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손 대표는 감사운동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께 감사한 게 수직적인 것이라면 이웃을 사랑하는 건 수평”이라며 “이것이 바로 십자가”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라는 거다.

지난해 행복나눔125 대표직에서 물러난 손 대표는 이제 참행복나눔운동 공동대표를 맡아 미래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참행복나눔운동은 과기한림원·공학한림원·의학한림원·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교육계와 대학이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미래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다. 각 대학에 참행복나눔운동 동아리를 만들어 우수 대학생들이 행복한 선진 한국을 이끌 수 있게 한다는 게 목표다.